"X 됐다."
시오와 시온은 표정이 변하더니 본능적으로 뒤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제ㄱ... 튀어!!"
커닝 시티는 언제나 사람들의 말소리와 각종 기계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공업 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크기의 커닝 개발 구역은 그야말로 과학의 중심지.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인류의 힘으로 성장한 곳이기 때문에 엘리니아의 요정 성지와는 서로 대비되는 곳이다. 게다가 자연을 마구 개발하고 도구로 함부로 다루기에 요정들과의 대표적인 이질 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늘은 그리 밝진 않으나 대체로 구름이 조금 많은 푸른 하늘이었다. 택시 정거장에서 내린 두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광장에서 지나다니는 수많은 시민들 틈으로 들어가 다크윈드 본부까지 겨우 도착해 두 사람은 그 길로 골두스 뉴타운으로 이어진 도로에 섰다.
"음, 어떡하지?"
"뭘 어떡하긴."
그러면서 시오는 손가락으로 메뉴를 불러내더니 '탈 것' 란에서 노란색의 오토바이를 손가락으로 갖다 댔다. 그러자 메뉴가 닫히면서 눈앞에서 잠시 파란빛이 일더니 그 빛은 점차 오토바이의 형상을 띄다가 어느 순간 오토바이가 되어 있었다. 시오는 인벤토리에서 헬멧을 두 개 꺼내 들고는 하나를 시온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안장에 올라타고 시온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여, 타."
"음... 오토바이는 별로 안 타봤는데..."
"꺄아~ 더 밟아~!!"
"너 정말 처음 타는 거냐..."
시오의 허리를 감싸 쥐며 시온은 즐거워했다. 빠른 속도로 커닝 시티 북동쪽의 '아프룰 공업 강변'으로 진입하자, 넓고 긴 대교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대교 중간중간에 박힌 조명들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시온의 주황빛 머릿결은 제법 흩날렸다. 머릿결 아래로는 노란 빛의 코트의 후드가 펄럭였다. 허리 아래로 살짝 내려가는 코트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비교적 짧은 바지를 보고 있으면 이 여자가 얼마나 평범하게 옷을 입는지 알 수 있었다.
골두스 뉴타운의 특유 금빛 모래사장이 주변을 감싸며 두 눈이 환해졌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뒤 시오는 다시 메뉴를 열어 오토바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런 뒤 두 사람은 근처 야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시온의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구역으로 이동했다.
"음.. 구 험플스 아지트네."
험플스는 과거 블루 라펜타를 회수하는 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크윈드 산하 특수팀으로 활동하게 되어 현재 그 아지트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가끔 집이 없거나 마땅히 쓸 방이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었다 갈 뿐이다.
"일단 밖에서 몰래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면서 두 사람은 험플스 아지트 입구 위로 있는 난간에 걸터앉아 한동안 쉬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솜사탕을 꺼내 시우에게 건네주며 시온은 방긋 웃었다.
"이번 주 투기장 점수 지금 몇 점이야?"
"2050점?"
"헤에.... 나보다 낮네 ㅋ"
시오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 시온을 잠시 째려보다가, 곧 입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키는 맛에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얼마?"
"한 2억은 될 거 같습니다."
조용히 길드원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법 많이 벌었군. 이제 목표치까지 10% 정도 남은 건가."
그들은 벽 한쪽에 붙어있는 종이에 시선을 옮겼다. 거기에는 '목표 금액=400억 메소/혁명!!'라고 적혀 있었다.
"솜사탕 맛있네."
"그치? 내가 2시간 동안 줄 서서 산 거다~"
"자랑이냐..."
그렇게 함박웃음을 짓던 시온을 시오가 대충 구박했다. 이 애가 뭐 때문에 그렇게 기다린 거지? 하긴, 맛있긴 한데.
"있지 있지,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음?"
시온은 조금 긴장한 듯하더니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며 물었다.
"너 여친 있어?"
"아니?"
"아싸... 어... 인기 없구나?"
"너 나 놀리려고 지금 그러는 거지? 맞지?"
"에이, 아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시온은 살짝 달아오르는 얼굴을 애써 감추려고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솜사탕은 맛있었다. 시오는 말없이 지도를 보면서 연신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바닥에 닿는 강철 특유의 시원한 감이 적잖이 좋았다.
"음... 시우야."
"어... 왜?"
"너 곧 있으면 생일이잖아, 받고 싶은 거 있어?"
"글쎄... 딱히?"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검은 복장의 그 도둑 길드원들이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마치 주변을 살피는 것이 신중해 보였다. 물론 문이 열리자마자 두 사람은 투명 포션을 먹고는 숨죽인 채로 대기했다. 허나 그자들이 접속자 명단을 펼치지만 않았더라도 완벽했을 터였다.
"음? 여기 누구 있는데요?"
"어? 진짜?"
그러면서 그들은 지도를 살펴보았다.
'이크, 어떡하지?'
그러더니 이내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들은 빠르게 다가왔다.
"X 됐다."
?
?
"뛰어!!"
?
?한동안 골두스 뉴타운이 시끌벅적해졌다.
두 사람을 붙잡기 위해, 그리고 두 사람은 도망치기 위해 각자 탈것을 소환하고는 계속 질주하는 것이다. 최상층 주택가까지 도망치다 얼떨결에 시오는 바다로 오토바이를 몰았고, 추락하면서 탈것은 자동 수납, 두 사람은 할 수 없이 수영해서 도망치기로 했다.
얼마나 도망쳤을까.
커닝 시티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도둑들은 더는 추격해오고 있지 않았다.
"후... 간 떨어질 뻔했네."
"채널 이동 없으니까 불편하네..."
시온이 대충 중얼거렸다.
"그래도, 일단 놈들이 어디서 모이는진 알았잖아? 음... 금방 또 다른 데로 도망갈 테지만."
시온이 한숨을 쉬었다.
"다크윈드에 연락해?"
"해놓는 게 좋겠지?"
시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화기를 꺼내들고 국번 없이 '222'를 눌렀다. 잠시 연결음이 이어지고, 곧 다크윈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다크윈드입니다. 사건이나 치안 유지가 필요한 곳이 있으십니까?"
"에... 그러니까, 요 근래에 활동중이던 한 도둑 길드의 근거지를 저희가 찾았는데요."
"네, 네. 네?"
"그 근거지가 지금 골두스 뉴타운 과거 험플스 아지트 자리거든요? 근데 지금 발각돼서 그 녀석들이 도망칠 거 같아서 말이에요."
"아, 제보 감사드립니다. 지금 당장 해당 장소로 순찰대를 파견하겠습니다."
"아... 끊겼어. 보상도 안 주고. 이런 거 원래 보상 바라고 하는 일인데."
옆에 있던 시오가 피식 웃었다.
"그 물건 돌려주고 원 주인한테 물건값 10%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아, 악랄하지만 그거 좋네."
"선생님, 지금쯤 아마 들킨 것 같습니다만."
차가운 심장의 쪽방 한구석에서 도청을 하던 로빈이 옆에 있던 투르카에게 말했다.
"흠... 원하던 물건과 금액은?"
"그게, 금액은 다 모았는데, 물건은 아직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ps. 3화에서 하림의 닉네임이 '이리스'라고 되어 있는데 현제 'zion' 으로 고쳤습니다. 읽을 때 뭔가 인물들이 햇갈리신다면 댓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