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콘텐츠 바로가기

'동성 결혼 금지' 메이플스토리2, 무엇이 문제일까?

대표태그 #생활

일반태그 #결혼 #동성결혼

2019년 11월 21일 오전 5시 40분 조회: 1761 위자드Lv.82 긍정C

(이미지 출처 : 메이플스토리2 공식 유튜브)


익일(21일) 오후 2시경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될 결혼 콘텐츠에 동성 결혼이 지원되지 않을 예정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게임 업계와 일절 관련 없는 플레이어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뭐가 문제이든 간에, 지금의 메이플스토리2는 뭔가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결혼 시스템을 기대 중인 유저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게임을 위해서라도 동성 결혼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콘텐츠다.


㈜넥슨(대표 이정헌)은 지난 19일 메이플스토리2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사가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2'에 신규 콘텐츠인 '결혼 시스템'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은 '프로포즈', '약혼', '결혼식장 예약', 그리고 '결혼'이라는 총 네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자신의 경제적 사정과 얼마나 하객을 부를 것인지에 따라 예약할 결혼식장의 규모가 달라지고, 결혼 전 청첩장을 보내거나 길거리에 결혼 알림판을 설치하고 결혼 전용 슈퍼 월드 대화를 사용하는 행위를 통해 본인의 결혼을 홍보할 수 있으며, 결혼 이후에는 부부 전용 친밀도를 올릴 수 있는 등 부가 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이미 즐길 것은 다 즐겼는데 사람이 아쉽고 자캐가 아쉬워서 게임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꿈만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20일 저녁부터 메이플스토리2 관련 커뮤니티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패치를 기대하기보다는 다소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일대일 문의 답변을 통해 답변을 통해 동성 캐릭터 간의 결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남캐보다 여캐의 비율이 훨씬 더 높은 메이플2로서는 다소 치명적이다.




#. 리소스 문제인가?


(이미지 출처 : 메이플스토리2 인벤)


메이플스토리2 측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동성 결혼이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초기 시스템에 개발 시 콘텐츠 유지 및 업데이트에 필요한 시간이나 인적 리소스가 커지는 문제들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동성 결혼이 추후 패치를 통해 추가될 수도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메이플스토리2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이러한 추측만으로 앞으로 동성 결혼이 나오리라 믿고 기다릴지는 의문이다. 아케이드 콘텐츠가 처음 출시되자마자 손을 놓은 게 어림잡아도 3년이 넘었고, 작년 초에 추가된 머쉬킹 챔피언십은 시즌 1이 끝난 후 1년 반째 다음 시즌이 열리지 않고 있다. 핵심 콘텐츠 중 하나였던 PVP의 밸런싱은 애저녁에 손 뗐다. 이 밖에도 일단 출시만 해놓고 사후 관리를 전혀 안 하고 있는 콘텐츠들만 추려서 정리해도 소논문 하나 분량은 나올 것이다.


동성 결혼 도입 시 인적 리소스가 커진다는 주장도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 커뮤니티 요소의 재미를 부가시키는 추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런 콘텐츠 하나를 추가하기 위해(이번 업데이트 결혼 시스템 제외하면 추가되는 것 거의 없음) 지난 2개월간 숨바꼭질 미니게임(기존 리소스 활용)을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데이트(없다 + 업데이트, 새 콘텐츠 추가가 없는 패치)'였다. 유저들이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 해명이다.




#. 국내의 정서적 문제인가?


결혼이 가능한 국산 온라인게임은 많지만, 동성결혼이 가능한 국산 온라인게임은 없다.


'메이플스토리2' 이전에도 결혼 콘텐츠를 도입한 국산 온라인 게임은 상당수 존재했다. '바람의나라', '라그나로크' 같은 고전 게임부터 시작해서 메이플2의 전작인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가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마비노기', '트릭스터', '씰온라인', 그리고 심지어 RPG 게임이 아닌 '테일즈런너'까지 결혼 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위 게임 중 동성 결혼이 허용되는 게임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는 게임 내에 동성 결혼이 없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동성 결혼이 전통 콘텐츠였던 '페이블' 시리즈, 2012년경부터 동성 결혼이 가능했던 북미 마비노기.


하지만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양의 게임 업계는 1990년대부터 LGBT를 게임 내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게이머가 캐릭터의 성적 자유도를 정할 수 있는 게임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양의 RPG 게임 명가인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경우 1998년에 발매된 '폴아웃 2'에 동성 간 결혼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꾸준히 게임 내에 동성애에 대한 묘사를 삽입하고 있다. 피터 몰리뉴의 '페이블' 시리즈 또한 동성애 시스템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의 생활을 표현하려 했다"는 심즈 시리즈는 플레이어 캐릭터는 물론 NPC의 성적 지향까지 전부 설정할 수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LGBT를 중심으로 한 심도 있는 스토리텔링이 늘어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동성 캐릭터 간의 결혼이 불가능한 '마비노기' 또한 해외 서비스에서는 일찍이 동성 결혼 콘텐츠를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가능성을 확인한 일부 유저들이 과거부터 간간히 국내 서비스에도 동성 결혼을 추가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왔으나, 운영진 측에서는 그러한 의견들을 꾸준히 묵살 중이다.




2011년 마비노기 커뮤니티에 , 그리고 2018년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에 동성결혼 컨텐츠 관련 논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달렸던 코멘트들. 이는 새발의 피다.


과연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동성 결혼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큰 이유로 지목받고 있는 것은 정서적인 문제이다. 올해 4월 1일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구)의가 발표한 보고서 '한눈에 보는 사회 2019(Society at a Glance 2019)'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14년 사이의 한국의 동성애 수용도는 10점 만점에 2.8점으로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32위였다. 평균 점수는 5.1점이었으며, 일본은 4.8점, 미국과 캐나다는 각각 5.0점과 5.7점이었다. 대한민국 내의 동성애에 대한 평균적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해당 보고서에서 OECD는 "동성애 수용도가 낮다는 것은 성 소수자(LGBT)를 차별의 위험에 내몰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1월 마비노기 관련 커뮤니티에, 그리고 2014년 1월 라테일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성 결혼 관련 게시글에는 공통적으로 "동심파괴다"라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마비노기 커뮤니티 올라온 게시글에서는 "ANG?!", "게이노기ㄱㄱ", "야라나이카(やらないか, 일본의 게이 만화에 나온 대사)" 등 동성애를 유머로 소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초반은 엉덩국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아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광고로 패러디되는 등, 게이 캐릭터가 유머 요소로서 기능하던 시기였다. 게이의 희화화가 시들해진 2010년대 중반부터는 러시아의 호모포비아 막심 세르게예비치 마르친케비치가 '러시아의 물리치료사', '막심 센세'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등 본격적인 동성애 혐오가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게임 내에 동성 결혼이라는 동성애적 요소를 삽입하는 것은, 게임 개발사로서는 용암에 몸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 뭐가 문제든 그냥 도입하면 안 되나?


파이널판타지14는 동성 캐릭터간의 결혼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중 하나이다. (사진 출처 : popqt)


그렇다면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중 동성 결혼이 존재하는 게임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제작하고 엑토즈소프트에서 유통 중인 '파이널 판타지 14'에는 동성 결혼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영원한 언약식'이라는 시스템이지만, 이름만 언약일 뿐 세부 요소는 타 게임의 결혼과 다르지 않다. 여성 캐릭터 간의 결혼은 물론,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남자 루가딘 종족끼리도 식장에서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수 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가끔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있을지언정 동성 언약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는다. "심의 문제 때문에 넣지 못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주장 또한 본 게임을 예시로 듦으로써 반박할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14는 15세 미만 이용 불가 게임이다. 청소년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파이널판타지14 또한 동성 캐릭터 간의 언약이 도입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파이널판타지 : 신생 에오르제아가 출시되기 전, 해외 게임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에서는 과연 동성간의 결혼이 가능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숱한 설왕설래가 벌어졌다. FFXIV : ARR 베타 테스터 포럼에 동성 결혼과 관련된 글을 게시했다가 10일간 계정을 정지당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으며, 이후 스퀘어에닉스가 동성 결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LGBT를 지지하는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퀴어 퍼레이드를 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실제로 도입된 동성 결혼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큰 마찰 없이 받아들여졌다. 동성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는 동성 언약을 맺는 상황도 연출됐다.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재미있는 모습이다. 물론 '결혼'이 아닌 '언약'이기 때문에 동성끼리 게임상에서 커플이 되는 게 상대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저 언약 시 얻게 되는 효과를 위해 별생각 없이 언약하는 유저들도 많음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게임에 동성 결혼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해당 게임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은 확실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친구창에 멋진 남캐도 없는데 여캐끼리 결혼좀 하게 해줘 제발,,,


'파이널판타지14'의 제작사인 스퀘어에닉스는 일본 회사이다. 국내 게임 개발사 중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 동성 결혼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이플스토리2가 과감히 동성 결혼을 도입함으로써 그 스타트라인을 끊을 수는 없는 것일까?


애초에 모니터 속 그래픽 덩어리들끼리 결혼반지를 끼게 되는 것뿐이다. 실제로는 이성**임에도 게임 속 여성 캐릭터, 남성 캐릭터끼리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유저들도 많다. 현실에서의 동성애 이슈와 연관 지어가며 과몰입할 필요가 없다. 동성애 이슈에도 큰 걱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현재 메이플스토리2는 '강화 확률 100% 실패' 정도의 이슈가 없는 한 게임 커뮤니티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동성 결혼을 도입한다고 해도 이에 반발해 '페미나치 게임', '**충 게임' 따위의 멸칭을 퍼뜨릴 만한 유저층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사에서 걱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


메이플스토리2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점점 현실적인 그래픽을 추구하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홀로 큐브형 오브젝트 디자인과 아기자기한 넨도로이드 스타일의 캐릭터를 내세웠다. 동화풍 그래픽에 어울리지 않는 현실적이며 어두운 스토리텔링을 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으며, 손에 땀을 쥐는 레이드를 출시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메이플스토리2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지금의 메이플2는 자캐딸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100위권 밖 비인기 게임일 뿐이다. 마치 바람이 절반도 남지 않아서는 조금씩 쪼그라들며 최후를 기다리는 풍선처럼, 메이플2도 복귀 이벤트를 열 때나 유저가 늘어날 뿐 차근차근 유저가 줄어들면서 멀고 가까운 서비스 종료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동성 결혼의 도입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어쩌면 '메이플2만의 독특한 특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깐 넣어줘



[무단 불펌 대환영]